<1회 개인전>에 부치는 김영재(미술평론가)의 글 中에서
이상길의 작업에는 폭넓은 범주를 넘나드는 민감한 감성의 일관된 흐름이 느껴진다.
그의 작업에서는 조각 혹은 조형예술의 다양한 경향과 사조, 혹은 미학이 동시다발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다양하게 보이는 그 작업을 하나로 꿰뚫는 극도로 예민한 감성의 단서가 작품마다 깃들여 있다. 그 명민한 감성의 흐름이 간과될 때 이상길의 작품과 그 작품이라는 실체 공간들이 만드는 공허 공간, 이른바 실체 공간을 에워싼 분위기는 다양한 사조의 실험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큰 줄기로 보아 그의 작업에는 전통 조각과 反조각의 미학이 공존한다.
전통 조각에서 작품의 실체공간은 주변공간을 압도한다. 그리고 질감과 양감, 재현과 추상의 형상적 흐름이 바탕에 깔려 있다. 주변 상황이나 빛의 흐름, 혹은 보는 사람의 시선과 무관히 존재하는 배타적이고 독재적인 형상은 전통 조각의 표상성이자 자기 충실성이다. 그것을 이상길은 깨뜨려 나간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안에서 저절로 깨어진다. 제작에서, 성형에서, 환경과 분위기에 대입하는 과정에서 전통 조각의 실체 개념은 파괴된다. 단지 그것을 이상길은 의식하지 않는다. ……
마치 철을 먹고사는 불가사리라는 불가사의한 존재처럼 이상길의 미학은 철이나 주물, 청동 등의 매체에 작용한다. 일러 심미적 연금술이라 할 것이다. 이상길의 손길이 닿으면, 그리고 그의 따뜻한 마음이 닿으면 그토록 차갑고 비인간적인 매체와 느낌이 인간적인 감동과 전통 미학의 인간척에 이르는 따스함으로 보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산업 현장, 소비 현장에서 볼 수 있거나 취득하고 개조할 수 있는 부품들의 집합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졍크나 팝의 느낌을 받는다 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에서 만나 보기 힘든 설화성, 장식적인 요소가 매우 포스트 모더니즘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이 특이한 작품은 아마 사람들을 주위에 빙글빙글 돌게 할 것이어서 미니멀의 미학과 부합한다. 결국 이 작품 하나만으로서도 20세기 미술의 반미학적인, 그리고 다시 모더니즘으로 회귀하면서도 결코 모더니즘일 수 없었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냄새까지를 풍기게 되는 것이다.
전통 미학과 反조각적 접근, 다양한 사조의 실험장 같은 분위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것이 있다. 그것은 관객참여(Spectator Participation)의 미학이다.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소극적인 참여나 호기심으로 만져보는 작품, 혹은 작품 주위를 맴도는 행위 자체로서 작품의 분위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미니멀 아트와 개념미술에서 주장하는 관객참여의 의미이다.
이상길의 관객참여는 뚜껑 달린 철제상자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관객은 뚜겅을 연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실소를 짓고, 이윽고는 그 문을 다시 닫아 다음 관객의 실없는 참여를 유발한다. 관객은 작품의 일부분이 된다. 그래서 관객참여의 예술은 과정예술(Process Art)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상길은 철저하게 자신이 익숙한 세계에 안주한다. 익숙함이란 자연스러움이다. 눈에 익숙하고 거슬리지 아니하는 하나의 선, 하나의 포름, 그리고 하나의 조형을 위해 이상길은 어떠한 부조화, 부작용도 참아나간다. 사실 그러한 적응 자체가 그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전혀 하나의 공간에 놓여질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조형언어와 문법과 미학이
일관된 감성의 미묘한 흐름으로 일관되어 통일되어 있는 그의 전시장! 그곳에는 익숙함과 편암함이 다소곳이 배어 있다.
A Flow Of Diversity In The Language Of Moulding With A Sagacious Sensitivity That Penetrates Aesthetics
In Sang-Gil Lee's works, one can feel a consistant flow of susceptible sensitivity that freely moves about a wide range of categories. Here, various trends of sculpture, plastic arts or aesthetics are found simultaneously. However diverse it may seem, in truth, for his every artwork there is a penetrating sensitivity bordering on the extreme. It is when one overlooks such sagacious sensitivity that one can use the void space surrounding the artwork as a testing place for various trends.
In his works, the aesthetics of traditional sculpture and anti-sculpture coexist. In traditional, the work's substancial space overwhelms the surrounding area. Also, in the background, there is an underlying sense of quality, volume, representation and abstraction. Traditional sculpture is worthy of praise because of its exclusive and autocratical nature. It exists regardless of the surrounding environment or the flow of light. Sang-Gil Lee goes on to shatter all this. Major shattering takes place inside of him. He destroys the essential concept of traditional sculpture in producing and modifying his works. Only, Sang-Gil Lee doesn't seem to be conscious of all this.
As if an immortal wonderous being, feeding on iron, Sang-Gil Lee's aesthetics applies itself to mediums such as iron, cast-iron and bronze. Alchemy comes to mind. Everything that his hands and heart touch lose their cold and inhuman side and become full of excitement and warmth that gets passed on to the spectator.
... due to the collections of parts that are very much like the ones found in an industrial environment, there was a junky and pop-like air. Also, its narrative and decorative factor reminded one of the world of post-modernism. This extraordinary piece of work will no doubt have people encircling it, making it correspond with minimal aesthetics. This one piece sends forth an aura of twentieth-century's anti-aesthetics and post-modernism that could never return to modernism.